2023. 3. 3. 00:38ㆍ돼지런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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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등산을 하고 어떤 걸 많이 드시나요? 도토리묵, 닭백숙 같은 것을 많이 드신다고들 하더라고요. 이와 함께 오리 백숙이나 구이등도 많이들 즐기신다고 하는데, 저는 대구 여행을 하며 팔공산을 다녀왔습니다. 산을 직접 올라간 건 아니지만 주면을 구경하면 자연을 느꼈어요. 정석 코스로 오리요리를 먹기 위해 지인에게 추천받은 오리구이집을 가보았습니다.
백그라운드로 펼쳐진 팔공산을 풍경삼아 세워진 가게입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원조라고 당당하게 간판에 내걸 수 있는 집은 이집뿐이라고 지인이 그러더군요. 실제로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기도 하고, 가장 오래 장사하며 명맥을 이어온 만큼 가게도 여러 개를 운영하신다고 합니다. 탁 트인 풍경에 개인 룸들도 구비되어 있고, 일반 식당 홀도 있었습니다.
오랜시간 황토가마에서 구워 나온 오리의 자태입니다. 윤기와 배속에 들어가 있는 속밥의 찰기가 느껴지시나요? 실제로 고기를 뜯었을 때 이것은 젓가락질로 녹는 것인가? 내가 지금 집어든 게 고기가 맞는 것인가? 착각할 정도로 너무나도 부드럽게 녹듯이 분리되고 입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집은 분명 다른 오리 요리도 잘할 거예요. 안 먹어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직접 키운 채소들로 한 겉절이와 샐러드, 잘 익은 동치미까지 물릴 틈이 없이 메인 메뉴와 잘어우러진 구성이었습니다. 너무 부드러워 젓가락으로 들고 있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오래 들고 있지 말고 서둘러 입에 넣어 주세요. 흘러내립니다. 너무 부드러워요 정말.
국물이 땡기지만, 오리 백숙은 배불러서 부담스러워 시킨 해물 칼국수입니다. 직접 뽑은 수타면에 걸쭉하고 시원한 해물 국물이 부드러운 고기로 녹아있던 입안의 기강을 바로잡아줬습니다. 긴장을 풀 여유가 없더군요. 지난밤의 숙지만 아니었으면 막걸리를 함께 마셨겠지만 아쉬움이 조금은 있어야 더 기억에 남는 것 아니겠나요? 이런 걸 여운이라고 하죠. 이상으로 황토오리구이로 돼지런한 한 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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